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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8,881회 작성일 14-08-1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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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어떤 책의 서문에서 이해인 수녀님은 순례자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셨습니다.

지상에서 충실히 살되 영원한 것을 앞당겨 갈망하는 자.”


영원한 것,

그 순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자 했습니다.

순례가 주는 무거움이 아니라 주의 이름으로 사는 이들 이라면

당연히 가야 할 그 길 앞에 서서

망설이듯 차례 차례 길을 떠나는 이들의 풍경을 그려 보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정말 예수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을 믿고,

주를 찾아 길을 떠나는 순례자인가? 되물으며 말입니다.



순례, 사랑으로 가는 길


순례길은 사랑을 받는 자에서 사랑을 온전히 주는 자로 가는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코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나 특권이 아닌 주를 알고 또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가야 할 길인 것입니다.

그것은 고난과 자기 절제, 금욕을 의미하는 것도, 나 외의 것과의 단절이나 내,외적인 투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주의 이름으로 사는 이들로서의 당연한 발걸음이자, 특별하여서 가는 길도, 모자라서 못 가는 길도 아닌, 성화를 위한 아름다운 과정입니다.


네 마음과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2237-40]



순례, 멈춤의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나서며 베드로가 묻습니다.


"주여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르라.” [2121-22]


베드로의 물음은

이 시대 순례의 길 가운데 멈추어 서서 우리가 주께 여쭈는 질문입니다.

이 길이 맞습니까? 그리고 저 사람들은..?



순례, 일상의 발걸음


나무엔님은 어떻게 곡을 쓰시나요?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에 섞여 새 음률이 나오고,

기저귀를 갈던 손에서는 아직도 구수함이 묻어나는 듯함으로 기타를 쥐고,

목에 매달리는 아이들의 손길에 점점 힘이 더해감을 느끼면서

그렇게 찬양을 만들고 부릅니다.

어느 순간 나의 마음을 스치는 멜로디를 기억하고자 안간힘을 쓰다가도

일상 가운데 이내 잊어버리지만 더 큰 은혜로 나의 삶 속에 녹아 있을 것임을 믿지요.


순례길은 특별히 구별하여 가는 길이 아닌

우리 일상의 발걸음입니다.

비가 새는 집을 땜질하며 사는 우리는

이미 모두 순례자입니다.



Epilogue


지난 3월 세 번째 앨범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순간

이 번 앨범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녹음에 들였던 물리적인 시간이

아주 짧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 내도 되는걸까? 열과 성의를 다한 앨범인가?

되물었습니다.

사실 작업은 생각한대로 지리하고 단순했습니다.

찬송가를 4절까지 되뇌는 반복된 작업이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찬양을 하는 동안 내내 무감한 채로 내 인내만이

그 시간을 지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야기인즉슨 누군가의 지나치듯 털어놓은 말 한마디(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을 한 사람의 생각이든 아니든)

내게는 지나치기 힘든 이야기이자 꼭 해야 할 일로 느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새벽마다 북한을 향하여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데 형님 찬양이 딱 맞아요.

찬송가이고, 편곡도 화려하지 않고..가사도 명확히 잘 전달되어서 좋습니다."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앨범은 다시 한 번 찬송가가 되었습니다.


16곡의 녹음 곡 가운데 11곡을 담았습니다.

이른 봄에 꺼내 놓으려던 걸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며 발표합니다.

결국 이번 앨범에 들인 시간과 마음 고생은 여느 작업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처음 나무엔을 찬양하는 사람으로 알리기 시작한

이전의 두 장의 앨범(나무엔’s Hymnal 1, 2)과는 사뭇 다른

어쩌면 좀 더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가 이제야 시작 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말이나 소리가 아닌 그 뜻과 실체에 있음을 알아간다는 사실이

불편을 넘어 진정한 기쁨이 되어감을 감사함으로 이 찬양을 나눕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 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 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 실상이며 증거가 되어감이 바로 순례의 여정입니다.


2014 8월 나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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